한창 우울에 잠식되었던 때가 있었다. 어떻게 그 당시를 표현할 수 있을까. 때로는 아주 까마득히 어두운 허공 속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고, 온갖 무겁고 찐득한 것들이 나를 잡아먹는 느낌에 사로잡히던 날들이었다. 이름 붙힐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에 휩쓸렸고, 아득한 심연 속에서 몸부림칠 기운도 없었다. 하늘을 봐도 볕 하나 들지 않았고, 누가 냈는지도 ...
무슨 의미로 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진짜 싫다. 죽을만큼 하라는 게 얼마나 가혹한 말인지 알고나 하는지. 왜 스쳐온 모든 시간들을 허비했다고 말하는 건가. 그 짧은 과정 속에서도 배운 게 있는 삶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걸 왜 그 과정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그걸 시간 허비라고 속단하는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다른 사람 인생을 속단할 수는 없는 건...
너는 걱정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대답해줄 수가 없어. 그냥 아무 일도 없는데 끝없는 우울하기만 해. 이유라도 알면 해결이라도 하지. 처음에는 이유를 막 찾아봤는데, 그 이유들이 결국 우울의 결과야. 우울의 원인이 우울이고, 그 원인은 또 우울이고.
내가 임시 저장글에 글을 잔뜩 쌓아두고도 올리는 글은 정작 몇 개 되지 않는 이유는 내 글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기 위해서 소소하게 글을 쓰는 것인데, 감정을 담는 순간 글이 아니라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계는 참 모호하다. 감정 없는 생각도, 생각 없는 감정도 없기 때문에. ...
나도 정말 사용하기 싫지만 그 말 이외의 사용할 단어를 몰라서 그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혐오적 의미를 담고있는 표현인데, 말하기 전에도 한참을 고민하다 말하고, 말하고 나서도 대화 이후 나타나는 반응들에 무수한 변명과 설명을 늘어놓게 된다. 최근에는 어떤 콘텐츠 제작과 관련하여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아직까지 보편적인 사랑은...
나는 원래도 솔직한 편은 아니다. 나는 때로는 내 솔직함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내 솔직함이 그들의 괜한 기억과 감정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솔직함이 아니라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은 돌려 전할 수 있으므로 꼭 솔직함을 내세워 말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알고 있었는데. 나도 내가 이런 성격인 거 알고 있...
늘 어떤 주제에 대해서 할 말이 생기면 포스타입 들어와 글을 남기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와서 글을 남기려고 한다. 왜냐고? 그냥.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글의 첫마디를 떼면 다음에는 무슨 글이 이어질까 궁금해서. 오늘 내가 여태 쓴 글을 쓱 봤다. 글을 쓰면서도, 업로드 하고 나서도 몇 번이나 읽은 글인데도 오늘은 왠지 내 글이 낯설게만...
어려서는 세월을 오래 겪은 어른은 현자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세상을 겪고, 사람을 겪어보니, 세월을 겪은 어른은 현자보다는 소위 꼰대가 되는 경우가 잦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 아프게도 꼰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내 가족도, 내가 존경하는 은사님도, 심지어는 나조차도. 꼰대라는 말이 줄곧 쓰여왔지만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많이 쓰...
포스타입에 처음 글을 게재할 때 즈음, 죽음과 그에 대한 공포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죽음은 내게 두려운 것이었으나 한순간 깨달음으로 몇 년동안 날 괴롭히던 그 공포가 우스울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죽음이 무서워지지 않은 이후로는 이에 대해 별 다른 생각 없이 살고 있었는데, 방금 책을 읽다가 나의 생각의 변화와 관련된 개념...
내 인생 모토랄까. 그리 거창한 건 아니지만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다짐이 하나 있다. 내 선택에 후회하지 말자. 그때의 내 선택이 옳았든, 틀렸든, 그게 그 당시의 최선의 선택이었든, 최악의 선택이었든. 내가 과거에 한 선택에 후회하지 말자는 다짐을 항상 지니고 있다. 이 다짐의 밑바닥에는 내가 최선의 선택은 못하더라도 틀린 선택은 하지 않는다는 나에 대...
앞서 글로 전했듯이 내가 읽은 첫 에세이는 내가 좋아했던 방송인의 에세이였다. 애정이란 건 이렇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칭하던 당신을 가장 좋아했던 방송인이라고 칭할 수 있게 되는 것. 식어버리는 순간 당신의 의미 또한 과거형이 되어버리는 것. 하지만 애정이란 이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새 책이 나왔을 때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것. 과거형이...
재수하던 때, 내 삶 자체를 짓누르던 우울의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어. 근데 대학 들어가니까 그 대학이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소속되었기에 얻는 안도감은 있더라.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아니 어쩌면 순응의 동물일지도. 불만족스러운 그 삶이 내 삶이라고 인정해버린 거지. 무서운 게 그 순간 앞서나가는 그 사람들과의 차이가 당연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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